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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I] "나는 거리의 마술사… 취업보다 꿈을 좇습니다"

조선일보 (뉴스) 2012.03.14 03:10 조회4
리뷰 음악

이준구(26)씨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기계공학과 4학년생이다. 군대도 다녀왔고, 또래 친구들처럼 외국 어학연수도 했다. 영어, 일본어 실력도 능숙한 편이다. 그러나 친구들이 취업준비에 한창인 요즘, 그의 눈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의 고민거리는 '어떤 마술을 선보여야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인가'이다.



그는 '거리의 마술사'이다. 어학연수를 핑계대고 일본과 호주, 유럽 등지를 돌며 수백번 거리 공연도 했다. 그렇다고 다른 마술사들처럼 문하생 생활을 한 것도, 마술학과에서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다. 그냥 마술이 좋아 10여년간 독학으로 익힌 실력이다. 그는 "마술을 취미로 돌리고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한 적도 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마술을 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TV에서 본 마술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TV에서 본 1~2분짜리 동영상을 컴퓨터로 내려받아 수백번 돌려보며 하루 3~4시간씩 마술연습에 몰두했다. 고등학교 때는 마술을 좋아하는 친구들 10여명과 서로 아는 기술을 가르쳐주며 마술을 익혔다. 고교 3학년이 되자 카드·로프·링 등을 이용한 100여개의 마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고3 아들이 마술에 빠져살자 부모는 마술 동영상을 못 보게 하려고 인터넷선까지 끊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대학은 마술학과 대신 기계공학과에 진학하는 것으로 부모와 '타협'했다. 그러나 2005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그는 학교 광장에 테이블 하나 놓고 공연을 펼치며 직접 마술동아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마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청계천 마술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그의 마술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것은 군 제대 후 2008년 10월 일본으로 3개월간 어학연수를 떠나면서부터. 그는 "짝사랑하던 여학생이 일본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학연수 핑계를 대고 무작정 도쿄로 갔다"며 "여학생을 찾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혹시 거리에서라도 날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착안한 게 마술공연이었다"고 했다. 3개월간 매일 신주쿠역에 나가 길거리 마술 공연을 펼쳤다. 여학생은 결국 못 만났지만, 마술 공연을 하면서 사귄 일본 친구들 덕에 일본어도 몇 달 만에 일상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늘었다. 이렇게 쌓은 일본어 실력 덕분에 지난 1월에는 도쿄에 있는 기계제작 회사에 인턴으로 선발돼 5주간 '외도'를 하기도 했다.



일본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10년 3월, 호주로 1년 일정의 마술 여행을 떠난다. 부모에게 밝힌 명분은 어학연수였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마술 공연을 하는 것이 그의 진짜 목적이었다. 호주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시청에서 발행하는 공연 자격증이 필요했다. 그는 자격증 오디션을 보기 위해 시청을 찾아갔다.



그는 "혹시 영어를 못해서 떨어질까 봐 긴장했지만 깐깐한 표정의 채점관은 내 마술을 보더니 금세 웃으며 그 자리에서 자격증을 줬다"고 했다. 그는 1년간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멜버른, 시드니 등을 돌며 하루 4시간씩 거의 매일 길거리 마술 공연을 펼쳤다. 처음엔 텃세를 부리던 호주 공연자들도 나중엔 모두 친구가 돼 다양한 공연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그는 "호주에서 첫 공연을 할 때는 공연 요령도 모르고, 관객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도 많이 했다"며 "공연 첫날 관객이 고작 20명에 공연 수입은 3달러(3360원)였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분위기를 띄우고 언제 공연을 끊어야 하는지 등 공연 요령을 알게 되면서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회 공연 수입이 100달러를 넘겼다. 그는 이렇게 1년간의 호주 생활비를 공연 수입으로 충당했다. 그는 "좋아하는 마술을 하다보니 어느새 호주인들과 영어로 떠들고 있었다"며 "부모님에게 밝힌 연수목적을 본의 아니게 달성했다"고 했다.



작년 2월 호주에서 돌아온 그는 그해 여름, 이번엔 유럽으로 한달간 마술 공연 여행을 떠났다. 네덜란드·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을 돌며 길거리 마술 공연을 펼쳤다. 공연 테이블은 태극기로 장식하고, 한국가요 'K-POP'을 공연 음악으로 쓰며 한국 알리기에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



올해 그의 목표는 '마술카페'를 열기 위한 자금투자를 받는 일이다. 이를 위해 졸업작품도 마술카페를 주제로 정했다. 졸업작품이 완성되면 그동안의 해외 활동을 더해 작품집으로 만들어, 자신의 마술카페에 투자할 기업을 찾아나설 계획이다. 또 해외 공연 경험을 여행기로 써 책으로 출판할 생각도 갖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면 다들 '직접 본 건 처음'이라며 신기해 한다"며 "TV에 나오는 화려한 마술보다는 작은 마술이라도 관객과 가까이에서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꿈"이라고 했다.




양희동 기자 east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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