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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이 자회사서 받은 배당금에 세금 물려야 하나

조선비즈 (뉴스) 2012.03.14 03:23 조회1
문화 가정/육아
지난 1월 29일 민주통합당이 재벌 관련 정책을 발표하던 중 '재벌세'란 표현이 예정에 없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기자간담회 도중 "재벌세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가 말한 재벌세란 현재 과세 대상이 아닌 대기업의 계열사 주식 보유분 배당금을 기업 수익에 포함해 법인세를 매기는 것을 일컫는 것이었다.

재벌세란 말이 '마녀사냥'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은 재벌세란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내용은 그대로 살아남아 지난달 27일 민주당의 세제 개혁 방안에 포함됐다. '대기업이 자회사에 지분을 출자해 받은 배당금 수익에도 세금을 물린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문어발식 확장 막는 수단"

소위 '재벌세'란 과연 어떤 세금일까.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 급성장해 자회사를 만들었다고 하자. 모회사는 자회사 지분의 100%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자회사가 100억원의 이익을 냈다. 법인세율을 20%로 가정하면, 자회사는 20억원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자회사는 남은 80억원 전부를 모회사에 배당했다.

민주당이 들고 나온 '재벌세'는 이때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80억원을 수입으로 보고 여기에 다시 법인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모회사가 손에 쥐는 돈은 16억원(80억원×20% 법인세율)의 추가 세금을 제한 64억원으로 줄어든다.

현행 국내 법인세제는 이것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익금불산입'〈키워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법인세 부과 대상 이익에서 제외해 법인세를 두 번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재벌세는 대기업집단에 대해 이 같은 익금불산입을 차단, 모회사가 또 한 번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중과세 논란

많은 조세 전문가들은 재벌세가 이중과세에 해당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벌세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뚜렷이 밝혔다.

그러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재벌처럼 빵집이나 커피숍을 내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느냐"며 "사회·문화적으로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재벌세 도입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실 관계자는 "재벌세가 도입되면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들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회사 확충을 억제하거나, 자회사로부터 이익 배당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면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받은 이익을 바탕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지속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세 도입론자들은 미국의 사례를 흔히 든다. 대공황 이후 피라미드식 기업집단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가 1935년 세제 개혁을 통해 기업집단 계열사가 지분을 소유한 다른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을 경우 이를 과세소득에 포함시키도록 했고, 그 뒤 미국에서 피라미드식 기업집단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미국에 전례가 있으나 다른 나라에선 도입한 예가 없어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서는 그 뒤로도 거의 시행된 예가 없다. 또 현행 세법에 이미 기업의 익금불산입에 여러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벌세'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있다. 법인세법을 보면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 소유율과 모회사 상장 여부에 따라, 자회사로부터 배당받은 이익의 30~100% 범위 내에서만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주고 있다. 만약 30%에 해당하는 기업이라면, 자회사 배당 이익의 70%에 대해선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는 외국과 비교해 훨씬 엄격한 조건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조건에 상관없이 100%, 독일과 프랑스는 95%, 미국은 조건에 따라 70~100% 범위에서 배당금에 대해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박재완 장관은 이 점을 들어 "한국의 기업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세 부담이 과중하다"며 "(재벌세 도입을 논의할 게 아니라) 오히려 세 부담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영 한양대 교수는 "세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효성에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세가 도입돼도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높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등 이익을 옮기는 우회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이중과세 논란이 불가피한 재벌세 대신 공정거래법이나 자본이득세 등 다른 대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세를 도입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이 없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 이익만 법인세 면세 대상으로 인정해 주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 재벌세

대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현재는 배당금 일부에 대해 법인세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재벌세가 도입되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억제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 익금불산입


자회사가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익을 모회사에 배당할 경우 여기에 다시 법인세를 부과하면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자회사로부터 배당받은 이익을 모회사의 법인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준다. 재벌세란 이런 조항을 없애자는 것이다.



박유연 기자 py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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