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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 냉면(1), 순면·민짜·거냉을 아시나요?

주간한국 (뉴스) 2012.05.16 15:15 조회937
요리 맛집탐방
우래옥, 메밀 90% 순면 냉기 가시게하면 메밀향기
서민적인 평양면옥도 인기 '뜨는 강자' 봉피양 육수 일품

냉면은 차가운 국수다. 차가운 국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음식이다.

그 수많은 파스타 중에 '차가운 파스타'가 귀한 것을 보면 냉면은 참 별난 음식이다 싶다. 밀의 원산지는 터키고 이집트 등 아프리카 북부와 유럽, 중동이 밀가루 음식의 발상지이자 주 소비지였다. 그러나 냉면의 주재료는 밀이 아니라 메밀이다.

막국수의 재료이기도 한 메밀은 한반도의 산악 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고마운 곡식이다. 동북아의 만주 북부 지역 혹은 오늘날 러시아와 가까운 바이칼호 등이 원산지다.

그러나 메밀은 한반도에서 그 꽃을 피웠다. 날이 가물어도 잘 자라고 거친 땅에서도 열매를 넉넉히 맺으니 우리에게는 흔하되, 고마운 작물이었다. 그 메밀로 우리는 막국수와 냉면을 만들었다.

조선후기 안동 장씨 할머니가 쓴 <음식디미방>에서도 밀가루를 '진가루'라고 했다. 흔하지 않고 귀하다는 뜻이다. 고려, 조선시대를 통틀어 국수용 재료로 가장 편하게 또 널리 사용됐던 작물은 바로 메밀이었다.

고려시대 각종 기록에도 메밀은 등장하고 조선시대 역시 구황작물로 메밀을 손꼽았으니 메밀로 만든 국수 즉, 막국수나 냉면의 역사는 퍽 오래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냉면에 관한 기록은 조선시대 중ㆍ후반기의 문헌에 활발하게 나타난다. 출발부터 냉면은 반가의 음식이고 막국수는 서민들의 음식이었다.

조선후기 오주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냉면은 그 정체를 정확하게 드러낸다. "평양의(특산물 중) 감홍로, 냉면, 골동반이 유명하다"는 표현은 오늘날 평양냉면의 실체를 보여준다. 감홍로는 증류주이고 골동반은 비빔밥을 이른다. 더불어 나온 것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의 뿌리는 퍽 깊다.

그러면 오늘날 냉면의 원조로 인정받고 있는 평양냉면의 레시피는 어떤 것이었을까? 영조대왕 시절 유득공이 쓴 <영재집>의 '서경잡색(西京雜色)'에는 냉면과 돼지고기가 또렷이 나온다.

서경은 평양이고 '잡색'은 요즘 표현으로 이모저모쯤 된다. 즉, 당시 평양의 이모저모라는 뜻이다. 이 내용 중에 "냉면과 찐 돼지고기 값이 오르기 시작한다(冷麪蒸豚價始騰ㆍ냉면증돈가시등)"라는 구절이 있다. 냉면과 돼지고기를 연동하여 설명했음은 이 무렵 냉면을 먹을 때 돼지고기를 더불어 먹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조대왕과 정치생명을 같이 했던 다산 정약용은 <다산시문선>에서 "서관에 눈이 한 자씩 내리면, (중략) 흰배추김치(菘菜ㆍ숭채)와 더불어 냉면을 먹는다"고 적었다.

오늘날 같이 동치미국물이 아니라 백김치 혹은 그 국물과 더불어 냉면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정조대왕 다음인 순조 시절에는 냉면과 더불어 돼지고기 수육을 먹었다는 내용이 조선말기의 문헌인 <임하필기>에 나온다.

메밀껍질을 벗기면 '메밀쌀'이 나온다. 녹쌀이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갈아서 국수를 내리면 막국수가 되고 녹쌀을 갈아서 국수를 만들면 냉면이 된다.

1960년대까지도 막국수를 먹고 나면 메밀껍질 가루가 이 사이에 끼어서 이빨 사이사이가 까맣게 됐다는 증언들이 있다. 막국수와 냉면은 이복형제다. 두 음식 모두 메밀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다. 막국수는 서민의 것이나 냉면은 그 출발부터 반가의 음식이었다. 냉면을 서민의 음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표현이다.

냉면의 국물 즉, 육수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돼지고기 육수, 백김치국물, 동치미국물, 꿩고기 육수, 쇠고기 육수로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고유의 것은 오래 전 있었던 것이나 전통은 예전의 것을 바탕으로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때로는 더욱더 발전시킨 것을 의미한다. 냉면은 우리 전통음식이다.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 있었으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음식이다.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는 몇몇 냉면 전문점들을 소개한다.

한국전쟁 이전에 문을 열었다가 피난 후 다시 돌아와서 문을 열었다. 그래서 이름도 '우래옥(又來屋)'이다. 다시 돌아왔다는 뜻이다. 서울 중구 주교동의 골목 안에 숨어있는 집이지만 평양냉면으로는 성지 같은 곳이다.

메밀함량 90%의 순면이 가능한 곳이다. "순면, 민짜, 거냉"이라는 표현을 만든 곳이다. 민짜는 고명 고기 없이, 대신 면을 더 더한 것을 이르고 거냉은 "냉기를 가시게 한 것"이라는 뜻이다. 육수의 냉기가 가시면 메밀 향을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장충동 '평양면옥'도 냉면 마니아들의 필수코스다. '우래옥'보다는 서민적인 분위기이지만 냉면의 내용으로는 절대 뒤지지 않는 집이다. 맏아들이 장충동에, 어머니가 강남 논현동에서 가게를 운영한다.

경기 성남 분당의 '평양면옥'은 사돈집에서 운영하고 있다. 음식은 얼추 비슷하지만 얼마쯤은 다르다. 어머니와 맏아들이 운영하는 두 곳을 두고 냉면 마니아들 사이의 호불호는 갈린다. 여름철이면 세 집을 모두 다녀온 냉면 블로거들의 평가도 퍽 요란하다.

최근 떠오른 냉면의 절대강자는 서울 송파의 '벽제갈비'와 같은 계열인 '봉피양'이다. 순면을 내놓는데 면발과 육수 모두 수준급이다.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도 있지만 강남의 분점도 호평을 얻고 있다.

위에 열거한 집들은 냉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두 최고의 맛집으로 손꼽히고 있는 곳들이다. 가격은 결코 착하지 않다. 모두 1만 원대를 훌쩍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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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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