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식당밥 일기] 변두리 기사식당에서 서민풍 함박스테이크로 추억을 음미하다

조선일보 (뉴스) 2012.09.10 09:33 조회8,982
요리 푸드정보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후쿠오카의 함박스테이크

얼마 전에 식당업주, 파워블로거와 함께 경기도 동두천 연천에 맛집투어를 단체로 다녀왔다. 동두천 연천은 경기도지만 교통이 불편한 오지(奧地)라서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이 아니다. 부산이나 광주로 가는 것보다 오히려 큰마음을 먹고 가야하는 곳이다. 동두천, 연천 지역은 휴전선과 가까워서 이북음식의 영향도 있는 곳이지만 투어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이 시식한 음식 중 동두천 송월관 떡갈비에 가장 후한 평가를 내렸다. 떡갈비는 전남 담양과 광주 송정리 등이 유명하지만 송월관 떡갈비는 거기에 못지않은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더 낫다는 게 중론이었다.

송월관 떡갈비가 특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식감이다. 떡갈비는 흔한 먹을거리지만 잡고기와 저지방부위 등 저렴한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떡갈비의 식감이 퍽퍽하다. 송월관 떡갈비는 갈비부위로 만들었기 때문에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고 연탄불로 구워서 불향의 맛을 나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이것이 송월관 떡갈비가 명성을 이어온 핵심 이유다. 다만 식당 경영자 입장에서는 식재료 원가 부담이 상당히 클 것이다.

투어에 참가한 사람 모두 송월관 떡갈비에 대해서 ‘명불허전’을 그대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투어 참가자 중 한 사람인 유명한 카툰 작가가 동두천 투어 후 일본 후쿠오카에 여행을 다녀오고 현지에서 먹었던 함박스테이크(햄버거스테이크)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자랑을 했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얼마 전 먹었던 떡갈비의 맛이 기억에 안 날 정도로 훌륭하다고 했다. 식당의 이름은 키와미야(極味や)로 함박스테이크를 돌판에 구워서 제공한다고 한다.

함박스테이크도 나에게는 추억이 깃든 음식이다. 어렸을 적 그릴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유독 함박스테이크가 입맛에 맞았던 것 같다. 대학시절에도 경양식집에서 메뉴를 고르면 대부분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했다.

예전에 ‘무라카히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사누키우동을 읽으면서 정말로 우동 한 그릇 먹으러 일본 가가와현에 가고 싶을 정도로 하루키의 글 내용에는 끌림이 있었다.이번에도 함박스테이크 하나 먹으러 가기는 그렇지만 이것 때문에 후쿠오카에 가고 싶은 생각이 한층 더 들었다.


국민 육식 소비량을 높인 일본 함박스테이크

일본은 메이지 유신 그리고 1872년 육식해금령을 통해 서양의 음식들을 일본화했다. 돈가스, 고로케, 오무라이스 등과 더불어 함박스테이크도 그런 음식 중 하나다. 특히 함박스테이크는 일본의 식문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여를 한다.

일본은 1945년 패망 이후 1950년대 경제가 급성장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특히 함박스테이크의 소비가 상당히 늘어났다. 일본의 중노년층 세대에게는 함박스테이크는 소울푸드와 다름이 아니다.

1970년대 중후반 축구 국가대표 한일전이 벌어졌을 때 일본선수가 한국선수보다 평균 3~4cm 정도 우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역으로 한국축구 국가대표가 일본보다 최소 3cm 이상은 우월하다.

런던올림픽 한일전 때 한국은 축구와 여자배구 등 신장에서 현저하게 앞섰다. 한국 남자축구의 경우 거의 남유럽 수준의 신체로 성장했다. 여자배구는 일본보다 7cm 정도 더 컸다. 육류소비와 키는 비례하는 것 같다.

원래 일본인은 한국인보다 선천적으로 왜소하지만 1970년대는 운동선수 평균 키가 일본이 한국보다 더 컸다. 그것은 1950년대~1960년대 일본의 육류섭취와 비례한다. 일본은 그 당시 경기활황으로 식생활의 수준이 엄청 높아졌다. 반면 한국은 1950년대, 1960년대는 필리핀을 선진국으로 생각할 정도로 빈곤한 나라였다.

일본의 그런 식생활 개선과 육류섭취에서 함박스테이크는 가장 많이 섭취한 음식이었다. 따라서 함박스테이크에 대한 메뉴 개발이 끊임없이 집중적으로 이루어 졌다. 예술적인 수준으로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식당이 다수 있을 것이다. 전언한 카툰 작가가 자랑한 후쿠오카의 함박스테이크가 분명히 맛있다는 것이 감으로 충분히 다가선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 1980년대 함박스테이크와 돈가스 등을 썰었던 경양식 레스토랑이 많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의 등장으로 대부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모 대기업에서는 함박스테이크가 주메뉴인 일본의 중저가 패밀리 레스토랑인 스카이락을 도입해서 수십 점포 이상을 전개했지만 완전하게 실패했다. 여하튼 스카이락의 철수와 더불어 일본풍 함박스테이크를 먹을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5000원짜리 함박스텍의 미덕

오늘 직원과 함께 일부러 서울 수유동에 있는 기사식당 다래함박스텍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 4년 전인가 이곳에서 우연찮게 식사를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게 함박스테이크를 먹은 기억이 있다. 작은 식당이라 간판이 잘 안 보여 약간 헤맸지만 큰 착오 없이 도착했다.

함박스텍 곱빼기(6500원)와 매운 함박스텍(5000원)을 주문했다. 여기서는 햄버거스테이크를 완전한 일본식 표현으로 함박스텍이라고 칭한다. 누군가가 함박스텍을 일본말 쓰레기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그 메뉴명이 추억과 정감이 있다. 햄버그스테이크(hamburg steak)라고 칭하는 것이 정식 표준어지만 왠지 느낌이 안 난다.



다래에서는 경양식답게 크림스프가 나오고 샐러드도 나온다. 그리고 기사식당스러운 차가운 콩나물국도 제공된다. 함박스텍 보통은 5000원으로 이른바 말하는 착한가격이다. 서민동네에서 확실하게 손님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대다. 서울 삼청동 인근 일본식 경양식집의 20000원짜리 함박스테이크에 비하면 천지차이다. 그렇지만 가격에 비해서 맛은 양호하다. 근사한 그릴풍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없는 추억의 풍미가 남아 있다.




곱빼기는 작은 소란이지만 계란프라이 2개가 올라간다. 함박스테이크 위에 계란이 안 올라가면 어쩐지 섭섭하다. 예전에 중식당 간짜장 위에는 꼭 계란프라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제공하는 식당이 거의 없어서 손님 입장에서 애석하다.

업주 부인이 4~5년 전에 딱 한 번 왔는데 나를 기억한다. 대단한 기억력이다. 필자를 보고 살이 많이 쪘다고 한다. (아주머니 그것은 직업병입니다.....)

이 식당 함박스테이크는 독특하게 돼지고기 뒷다리로 만들었다. 원래 일본식 함박스테이크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배합해서 조리한다.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의 비율이 대체로 더 높다. 돼지고기로만 만들었지만 식감이나 풍미 등이 꽤 먹을 만한 레벨이다. 데미그라스 베이스의 소스 맛도 육류와 밸런스가 잘 맞는다. 사실 나 개인적으로는 아주 맛있다.

철판 위에 지글지글 시즐감 있게 구워서 나오는 함박은 온도나 소스의 맛이 5000원짜리 치고는 썩 훌륭하다. 업주에 따르면 예전에 업주의 부친이 유명호텔 출신 셰프에게 배운 것을 다시 자식에게 전수했다고 한다. 그것을 또 나름대로 창조(변형)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매운맛 함박스테이크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다. 업주는 일본사람도 자기 식당의 함박스테이크가 맛있다고 했다고 자랑을 한다.

이 함박 요리법 전수가 업주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묘한 예감이 들었다.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지만 서민풍 함박스테이크로 딱 맞는 맛과 구성을 지니고 잇다. 사무실이나 자택 인근에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할만한 흡인력이 있다. 또한 가격이 7000원까지는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다.

다래(多來)라는 상호처럼 많은 고객이 내방할 콘셉트와 가격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다. 주인장에게 나중에 유명해지더라도 가격은 많이 올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정통이라도 20,000원짜리 함박스테이크는 심히 부담스러운 법이다. 7000~8000원 미만으로 부담 없이 자주 먹을 수 있는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이 우리 동네에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최근에 복고풍 경양식 레스토랑이 몇몇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의 연배 세대에게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우리들의 입맛에는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건조숙성)한 고급 스테이크보다는 이런 류의 함박스테이크가 더 입맛에 맞는다. 그리고 햄버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함박스테이크는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는 편안한 경양식(輕洋食)이기도 하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56-45 02-2241-7558

글,사진 제공 /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tabula@naver.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푸드조선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하기]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블로그와 뉴스의 만남 블로그뉴스 바로가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
2
태그
9개의 댓글

베스트 댓글

홍중호 2012.09.11 00:18
추천
23
반대
0
신고
그냥 그림보고 스크롤 쭉내린사람 추천
답글 0 답글쓰기
댓글 입력 영역
댓글쓰기
댓글운영정책
댓글쓰기

일반 댓글

김정민 2012.09.11 09:50
추천
0
반대
0
신고
기사식당 뭐니뭐니해도 제육볶음에 청국장이 진리임
답글 0 답글쓰기
김영욱 2012.09.11 02:25
추천
1
반대
1
신고
우리 동네 자주가는 집이네요. 사진만 봐도 수유에 있는 다래함박스택인지 알겠음 ㅋ 철판위에 국물이 차있는 상태로 지글지글 끓여져서 나와요 맛있긴 합니다만 멀리서 찾아와서 일부러 먹을정도는 아니던데..
답글 0 답글쓰기
이슬기 2012.09.11 02:04
추천
0
반대
0
신고
맛있겠다..물론 글은 다읽었음.
답글 0 답글쓰기
홍중호 2012.09.11 00:18
추천
23
반대
0
신고
그냥 그림보고 스크롤 쭉내린사람 추천
답글 0 답글쓰기
삭제된 댓글입니다.
답글 1 답글쓰기
김호정 2012.09.10 23:14
추천
0
반대
0
신고
먹고싶네여~ 맛있겠다 ╋ㅁ╋
답글 0 답글쓰기
김용식 2012.09.10 23:10
추천
0
반대
0
신고
기자들은 일이라 하루종일 타이핑 치느라 고생하지만 기사가 길면 읽느라 힘들어..
답글 0 답글쓰기
황승원 2012.09.10 23:03
추천
0
반대
0
신고
진짜 맛있어 보인다 ㄷㄷ 근데 수유에 갈 일이 없어!
답글 0 답글쓰기
김수지 2012.09.10 22:40
추천
1
반대
1
신고
우와 전 제대로 된 경양식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제목을 보곤 함박스테이크가 뭐 그리 특별난게있겠어 ㄷㄷ이랬는데 글 보니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답글 0 답글쓰기
김기선 2012.09.10 17:19
추천
1
반대
2
신고
맛없어보임
답글 0 답글쓰기
톡커들의 선택
  1. 1 매일 사이다를 사러가는 형제 (209)
  2. 2 진심 욕나오는 패륜아 jpg (183)
  3. 3 돌아온 박보살 이야기* 10편. .. (88)
  4. 4 일부 무개념 판녀들 진짜 이해.. (172)
  5. 5 태국에서 수지급 인기라는 ㅊㅈ (79)
  6. 6 요즘 여자들 왤케 다 약음??(추.. (170)
  7. 7 새내기 여대생들아 이런남자 조.. (61)
  8. 8 원어민 교사의 낮과밤 (61)